국내에서 확인된 맹금류는 34종 5아종 정도이며 크게 수리과(Family Accipitridae)와 매과(Family Falconidae)로 나누어집니다. 수리과에 속하는 ‘독수리, 참매, 말똥가리’ 등 28종이 국내에서 확인된 상태이며 매과에 속하는 맹금류 중 국내에서 볼 수 있는 종은 ‘황조롱이, 비둘기조롱이, 쇠황조롱이, 새호리기, 핸다손매, 매’ 6종이 있습니다.
사실 전국적으로 흔하게 서식하는 텃새인 황조롱이, 국내에서 번식을 하는 새호리기와 매를 제외하고 나머지 매과에 속하는 3종은 야생동물구조센터에 거의 들어오지 않는데요. 월동만 하거나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개체수가 많지 않고 이동 시기에만 소수가 관찰될 정도로 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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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매(학명: Falco peregrinus)는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Ⅰ급,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 제 323-7호로 보호를 받고 있는 종입니다. 보기 드문 텃새로서 해안이나 섬의 절벽에서 번식하고 겨울철에는 주로 하구, 농경지나 개활지에 나타나지요.
이제부터 이어지는 글은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의 교육 조류 '매종'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매종(매, 2년생 암컷) |
김혜진 학생(공주대)이 그려준 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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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초, 인천의 한 동물병원에서 어린 매 한 마리를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반 동물병원에서 새를 보호하고 있을 때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문제는 부적절한 입원관리라 할 수 있는데요.
이 어린 매 역시 철장 안에서 보호받고 있었는데, 그로 인해 꽁지깃 대부분이 마모되고 일부는 부러지거나 휘어진 상태였습니다. 좁은 공간이 익숙하지 않은 대부분의 야생조류는 이런 철장에서 계류하였을 경우 이차적으로 날개깃이나 꽁지깃의 손상이 발생해 비행능력의 저하로 이어져 야생에서 살아남기 어렵게 됩니다.
동물병원 철장안의 매종이 |
센터 접수 당시 모습 |
이 매는 일주일 정도 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로 이송이 되어 ‘13-458’이라는 개체번호를 갖게 되었고 접수 당시 양측 날개와 꽁지깃의 손상 외에는 특별한 문제점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손상된 깃 탓인지 비행 상태가 좋지 못하여 당분간 야외 계류장에서 보호를 한 뒤 나중에 재평가를 해보기로 결정하였지요. 하지만 그 당시 센터 직원 모두는 넘쳐나는 새끼 동물들의 구조와 관리로 정신이 없던 시기였기도 하였습니다.
사육 상태에서 야생조류, 특히 맹금류나 물새류에게 가장 흔하고 임상적으로 중요한 범블풋(bumble foot)이라는 질병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과체중, 활동 제한, 부적절한 횃대 등으로 인해 발의 피부와 피하조직에 병변이 발생하며 발피부염(pododermatitis)이라고도 불리기도 합니다.
단순한 깃 손상으로 진단되어 야외 계류장에 머물고 있던 ‘13-458 매’는 두 달 뒤 양쪽 발에 범블풋 발생이 확인되었습니다. 범블풋은 초기에 발견하였을 경우 적극적인 치료와 환경 개선, 체중 조절 등을 통해 치료될 수 있지만 보통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치료를 요하는, 완치가 매우 까다로운 질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기적인 검사와 관리 소홀로 인해 범블풋 조기 발견이 늦어져 결국 ‘13-458 매’는 치료 중 양쪽 3번 발가락의 인대 손상과 기능장애를 갖게 되었습니다. 맹금류의 먹이 사냥에 있어서 필수라 할 수 있는 발의 손상으로 결국 영영 야생에 돌려보낼 수 없는 상태가 되버렸습니다.
뒤늦게 확인된 매의 범블풋 |
치료 한 달 후 발의 상태. 지금도 완치되지 못하고 계속 치료 중이다. |
평상시 건강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잘못과 양쪽 발가락의 영구적인 운동 기능장애까지 만들어버린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깃과 양쪽 발가락의 손상으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13-458 매’는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의 교육용 조류(educational bird)이자 평생 돌봐줘야 할 ‘매종’이가 되었고 1년 넘게 센터 식구들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갇혀 있는 공간이 아닌 센터 복도에서 다른 교육 조류들과 함께 지내며, 사람이 몸이나 부리를 만져도 크게 경계하지 않는 정도로 관리되고 있었죠.
하지만 올해 여름 손상된 깃털이 모두 빠지고 성조 깃으로 갈아입으면서 아름답고 용맹스런 진정한 매의 모습으로 탈바꿈하면서, 작년과 다르게 비행 상태가 좋아졌습니다!
깃털갈이 기간 동안은 에너지 소모와 깃털 성장의 방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훈련을 하지 않다가 최근에 깃갈이를 모두 마친 후 비행 훈련에 돌입하였고....
날개, 꽁지깃이 손상된 유조 깃 상태의 매종이 |
완전한 성조 깃으로 갈아입은 매종이 |
정을 주고 관리해오던 1년여 넘는 시간동안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매종이는....드디어 멋진 비행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매종이도 과연 우리처럼 기뻐하고 행복해 하고 있을까요?
다친 동물의 치료를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 아래 최적의 치료를 실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사실 야생동물에게 있어서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종(species)의 특성에 맞는 입원․사육 관리 즉, 재활과정이라 할 수 있죠.
만일 구조 초기에 꽁지깃싸개를 해주었거나 적절한 입원장에서 보호하여 깃 상태가 온전하였다면, 그리고 범블풋에 민감한 맹금류임을 고려하여 철저한 예방을 통해 발에 손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주었다면 매종이는 지금 우리 옆에 있었을까요?
야생동물은 야생에서 살아야 그 존재 가치가 있고 그들 역시 행복하리라 생각합니다.
사람이 아무리 정성스레 돌봐주고 사람과의 관계가 조금은 편해졌다 해도 과연 매종이는 지금 자신의 삶을 만족스러워할까요?
야생동물에겐 ‘사람의 정’이 아닌 ‘자연의 삶’이 필요할 것입니다. 자연으로 끝내 돌려보내지 못하는 마음에 그 아름다운 비행이 유난히 더 슬프고 안타깝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