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부엉이(영명: Eurasian Eagle-Owl, 학명: Bubo bubo)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올빼미과 조류의 한 종(species)으로, 시베리아 북부 및 캄차카 반도를 제외한 유라시아 대륙 전역과 아프리카 북부, 사할린에 걸쳐 광범위하게 분포합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수리부엉이의 경우 보통 수컷은 1.6~2.2kg, 암컷은 2.2~2.8kg 정도로 암컷이 수컷보다 크기와 체중이 더 크며, 울창한 산림지역보다는 주로 개활지가 인접한 암벽지대와 바위산에 정착하여 생활하는 야행성 맹금류입니다.
또한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 제 324-2호이자 환경부에서는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하여 법적으로 보호받고 있는 종이기도 합니다. 눈에 잘 띄진 않지만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건물 주변에서 관찰될 정도로 생각보다 우리 주변 가깝게 살고 있는 새입니다.
그러나 야생 조류이고 야행성이기에 직접적이고 지속적인 관찰과 연구가 쉽지 않아 이들에 대한 생태 자료는 국내에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몇 년 전 TV의 한 다큐프로그램에서 수리부엉이를 다룬 방송과 그 내용을 책으로 펴낸 자료, 그리고 일부 연구자들이 조사한 논문 4~5편이 전부일 정도로 아직까지 국내에 서식하는 수리부엉이의 생태나 분포 등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고 봐도 무방하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2011~2013년까지 3년 동안 접수된 수리부엉이는 총 105마리로, 단순 계산해보면 충청남도에서만 연평균 30마리 가량이 구조되고 있습니다. 주요 사고(구조) 원인으로는 대부분의 야생조류가 그러하듯 차량 또는 유리창 충돌을 꼽을 수 있습니다.
고라니나 너구리같은 포유류도 아닌데, ‘새가 차량에 충돌할 일이 흔하겠는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포유류만큼 야생조류도 차량 충돌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수리부엉이와 같은 맹금류는 도로를 가로질러 건너편으로 날아가다가 또는 도로위에 죽어있는 쥐를 먹기 위해 날아들거나 먹는 중에 달려오는 차를 피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할 수 있죠.
도로위에 쥐와 함께 폐사된 채 발견된 수리부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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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야생동물에게 있어서 최적의 번식기는 먹이 자원이 풍부한 봄부터 초여름이라 할 수 있지만, 텃새인 수리부엉이는 그보다 이른 1~3월 사이에 산란을 하고 2~4월 초순 사이에 부화하여 새끼들이 태어납니다.
태어난 새끼들은 보통 두 달 안에 둥지를 떠나지만(이소) 그 근처에서 약 4~5개월 정도 머물면서 부모의 보살핌을 받다가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을 하는데 이것을 ‘분산(dispersal)’이라고 하죠.
분산 시기에 살아남은 어린 수리부엉이들은 특정 지역에 정착하여 세력권을 형성하기 전까지 넓은 지역을 방랑하는 험난한 과정을 겪게 되고 거기서 살아남은 녀석들이 짝을 만나 그 둘만의 서식지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다른 새들보다 이른 산란시기와 부화로 인해 매년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구조되는 어린 동물의 첫 주인공은 주로 수리부엉이가 차지하게 되죠.
문제는 과연 이러한 어린 수리부엉이들이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키워진 후 다시 야생으로 돌아갔을 때 분산 과정을 잘 견뎌내고 살아남을 수 있을지 판단하기 어렵다는데 있습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는 그 결과가 궁금하여 2012년도에 구조된 어린 수리부엉이들 중 세 마리에게 위치추적기를 부착해서 그해 8월 초에 방생한 뒤 생존 여부와 이동경로를 추적해 보았습니다.
4월 말에 구조된 새끼 수리부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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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 3개월 후 방생 전에 위치추적기 부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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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한 달여 정도의 시간동안 세 마리 중 두 마리는 죽은 채 발견되었고 나머지 한 마리는 굶어 죽기 직전의 상태로 구조되었기 때문입니다.
방생 후 방랑을 하다 8월 28일을 끝으로 위치 정보 수신이 끊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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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좌표 수신 지역 도로에서 죽은 채 발견된 어린 수리부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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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는 새끼 수리부엉이들이 구조되었고 5월 현재 현재 6마리의 어린 수리부엉이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이 어린 녀석들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건강하게 잘 키운다고 해도 강한자만이 살아남는 야생으로 돌아가서 성공적으로 정착하며 살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